미세공격 (직장 내 차별, 번아웃, 조직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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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직장에서 받은 상처의 원인을 정확히 몰랐습니다. 누군가 대놓고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도 아닌데 퇴근하고 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하고 에너지가 빠져있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미세공격 주의보 미세공격이란 무엇인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봤습니다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란 뺨을 때리듯 명확하게 드러나는 폭력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용하고 은밀하게 상대를 찌르는 언어적·비언어적 공격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뭐 그게 그렇게 큰 문제야?" 싶을 정도로 사소해 보이지만, 반복될수록 당하는 사람의 심리를 서서히 갉아먹는 방식입니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에이, 그게 뭐라고'라는 반응이 먼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갈등이라 하면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런 굵직한 사건들에 비하면 미세공격은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중반쯤 넘겼을 때 제가 경험했던 장면들이 하나씩 겹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사처럼 건네는 말인데 어딘가 날이 서있던 동료의 한마디. 회의 중에 제 의견이 묵살되는 것 같던 분위기.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 같은데 듣는 순간 기분이 확 나빠지던 선배의 말. 이것들이 모두 미세공격의 범주 안에 있었습니다. 번아웃(burnout)이란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말합니다. 직장인들이 번아웃을 겪는 이유를 흔히 과중한 업무량으로만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업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쌓여서 탈진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직장 내 차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습니다 저는 직장을 여러 번 옮겨 본 사람입니다. 경력직 입사자로서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마다...

상실의 시대 (삼각관계, 상실, 섹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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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든 도서관이든, 꽤 오래전부터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 있던 소설이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한국판 제목으로는 상실의 시대입니다.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제가 직접 펼쳐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솔직히 말하면 당혹감이었는데, 다시 읽고 나서는 그 당혹감이 오히려 이 소설의 핵심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상실의 시대 삼각관계, 단순한 연애 구도가 아닙니다 이 소설을 두고 흔히 "그저 섹스가 많이 나오는 연애 소설"이라는 평이 돌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친구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했더니 "야설 아니야?"라는 말이 돌아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두 번째로 펼쳤을 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삼각관계(三角關係)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삼각관계란 세 인물이 서로 감정적으로 얽혀 있는 관계 구도를 말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게 단순히 '두 여자와 한 남자' 수준이 아닙니다. 소설 초반의 삼각형은 와타나베, 나오코, 기즈키로 구성됩니다. 기즈키는 이미 죽었지만 기억이라는 형태로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유지합니다.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이라는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와타나베와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이 삼각형은 서서히 와타나베, 나오코, 미도리의 구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나오코와 미도리가 작중에서 단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와타나베라는 매개변수(媒介變數)를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매개변수란 두 대상이 직접 연결되지 않고 제3의 요소를 통해 관계를 맺는 방식을 뜻합니다. 와타나베의 편지 속에서 미도리의 존재를 알게 된 나오코의 병세가 심해지는 서사 흐름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나오코와 미도리의 차이는 상실을 대하는 방식에서 갈립니다. 나오코는 기즈키에 대한 기억을 놓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반면 미도리는 아버지를 잃은 뒤 그 상실을 안고 살아가기로 선택합니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브렉시트, 재생에너지, 삼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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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숫자'보다 '느낌'을 더 믿었습니다. 물가가 3% 올랐다는 통계보다, 마트에서 계산할 때 느끼는 체감이 훨씬 실감났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느낌'이 얼마나 자주 틀리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바츨라프 스밀의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그 틀림의 구조를 데이터로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입니다. 브렉시트부터 재생에너지, 단열 성능까지, 우리가 막연히 믿어온 것들이 실제 수치 앞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브렉시트, 숫자보다 감정이 이긴 날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을 때,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차고 넘쳤는데도 투표 결과는 달랐습니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숫자로 설명합니다. 영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제조업 비중은 급감했으며,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아일랜드 평균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GDP란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뜻하는 지표로, 국가 경제력을 가늠하는 핵심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숫자보다 분노를 선택했습니다. "우리 버스에 써붙인 약속"이 데이터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 셈입니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잘못된 주장으로 순간적인 자부심을 줄 수 있어도, 덧없는 구호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비단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선거 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봐 왔으니까요. 민주주의 투표가 반드시 합리적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 그 방증을 브렉시트는 아주 선명하게 남겼습니다. 이후 영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영국 국가통계청(ONS) 의 GDP 추이 데이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역설, 텀블러와 에코백이 떠올랐습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친환경'이라는 인식은 이제 거의 상식처럼 ...

빅데이터의 진실 (구글 검색, 거짓말, 데이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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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설문조사에서 밝히는 내용과 실제 검색어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존재합니다. 제가 5년 전 데이터사이언스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처음 접한 이 현상은, 수만 건의 데이터셋을 정렬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답변을 내놓지만, 검색창 앞에서는 가장 솔직한 자신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검색 데이터가 드러낸 인간의 이중성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분석하며 발견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의 실체였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설문조사에서조차 익명성이 보장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답변을 선택하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국비교육 과정에서 다룬 데이터셋은 기껏해야 수십만 건 수준이었지만, 구글이 보유한 검색 데이터는 그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합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토요일 밤마다 화려한 파티 사진을 올리지만,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는 대부분이 집에서 혼자 드라마를 몰아보고 있다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저 역시 제 검색 기록을 누군가 본다면 매우 불편할 것입니다. 키보드를 수집하던 시절의 쇼핑 목록, 자전거 유지관리 팁을 찾던 검색 기록까지는 괜찮지만, 개인적인 고민이나 은밀한 검색어들은 제 전화기에서조차 즉시 삭제하곤 합니다. 암묵적 연상 검사(implicit-association test)는 이러한 무의식적 편견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이 검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인종의 얼굴과 긍정적 단어를 연결할 때 몇 밀리 초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의식적으로 부정하는 편견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터는 우리가 스스로에게조차 하는 거짓말을 숫자로 드러냅니다( 출처: 하버드대 암묵적 편견 프로젝트 ). 빅데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에세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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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열심히'라는 단어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니까요. 그런데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그냥 현재형으로 '나는 지금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 할머니는 대체 누구일까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사노 요코는 일본의 그림동화 작가입니다. 그녀가 쓴 책 중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만 해도 열 권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결코 게으른 삶을 산 사람은 아닙니다. <백만 번 산 고양이>, <내 친구 모모> 같은 동화책부터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같은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까지 다양한 작품을 냈고, 연애도 여러 번, 결혼도 두 번, 이혼도 두 번 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주는 통쾌함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느리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얘기들을 자세히도 적어놓았더군요. 자신의 과거 일상, 이불 속에서 보낸 시간, 한류 드라마에 빠져 지낸 병원 생활까지.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런 내용 자체가 '열심히 살지 않는 생활'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요. 성공이나 성취가 아닌, 그냥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사는 모습. 거창한 목표나 계획 없이 커튼을 발가락으로 젖히고, 이불 속에 파고들어 시간을 보내는 일상. 그게 바로 열심히 하지 않는 삶의 모습이었던 겁니다....

기분리셋으로 생산성 올리기 (놀이, 에너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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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처음엔 '기분이 좋으면 일을 더 잘한다'는 말이 그저 이상론처럼 들렸습니다. 현실은 마감에 쫓기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무슨 여유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제 업무 패턴을 돌이켜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던 날엔 어렵던 문제가 술술 풀렸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의사 출신 유튜버 알리 압달이 쓴 '기분리셋'은 바로 이 지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실천 가능한 방법까지 제시한 책입니다. 기분리셋 놀이처럼 접근하면 진지함이라는 족쇄가 풀립니다 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진지함과 부담감 때문에 첫 발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완벽하게 해야 해', '실패하면 안 돼'라는 생각이 저를 꽁꽁 묶어뒀죠. 그런데 알리 압달은 책에서 '진지함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진지함(Seriousness)이란 일을 무겁고 엄숙하게 대하는 태도를 뜻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창의성과 유연성을 막는다는 겁니다. 책에서는 일을 '놀이(Play)'처럼 접근하라고 제안합니다. 놀이란 결과보다 과정 자체를 즐기는 활동을 의미하며, 실패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며 몰입합니다. 저는 이 개념을 글쓰기에 적용해봤는데, '완벽한 문장'을 쓰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일단 써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하니 훨씬 수월하게 초고가 나왔습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진지함과 완벽주의에 사로잡히면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저자는 이를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의 저하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놀이처럼 접근하면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이게 되고...

강인함의 힘 (진짜 자신감, 통제감, 감정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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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솔직히 제가 강한 사람인지, 약한 사람인지도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스티브 매그니스가 쓴 '강인함의 힘(Do Hard Things)'을 읽으면서, 제가 30대에 겪었던 어두운 시기가 왜 필요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악착같이 버티는 것'이 진짜 강인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일깨워줍니다. 강인함의 힘 가짜 강인함에서 벗어나기: 진짜 자신감의 출발점 제 20대 초반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기억들이 많습니다. 저는 허세로 가득 찬 사람이었고, 조금의 권위의식까지 섞인 '강인한 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후배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완벽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이런 태도가 강인함이라고 착각했던 거죠. 매그니스는 이런 태도를 '가짜 강인함(false toughness)'이라고 정의합니다( 출처: Steve Magness ). 가짜 강인함이란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도 겉으로는 강한 척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버티는 태도를 말합니다. 저는 이 개념을 읽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걸 인정해야 했으니까요. 진짜 자신감(authentic confidence)은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제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저는 30대 초중반에 아무 할 일이 없던 시기를 보내면서, 매일 1시간씩 동네를 걸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제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진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허세를 벗고 현실을 직면하라 - 나의 실제 역량과 한계를 인정하는 것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 번아웃, 피로, 불안 같은 신호를 무시하지...

소유의 종말, 접속 시대 (플랫폼, 구독경제, 문화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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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소유의 종말'이라는 제목을 보고 약간 겁이 났습니다. 2001년에 나온 책인데, 25년이 지난 지금 읽으니 소름이 돋더군요. 제레미 리프킨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통찰을 했을까요? 제가 대학 시절 교수님 과제로 이 저자의 '엔트로피'를 읽었을 때는 그냥 독후감 쓰려고 마지못해 읽었는데, 이번엔 제목에 이끌려서 자발적으로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소유가 아닌 접속으로 살아가는 시대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을요. 소유의 종말 플랫폼이 권력이 된 시대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예로 들어볼까 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게임을 하려면 시내 게임샵에 가서 네모난 패키지 박스를 몇만 원 주고 사와야 했습니다. CD를 컴퓨터에 넣고 설치하면 그 게임은 죽을 때까지 제 소유였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스팀(Steam)이나 에픽게임즈 같은 온라인 게임 포털에서 카드 결제만 하면 끝입니다. 오프라인에는 그 게임의 형체조차 없습니다. 제 책상 위에는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만 있을 뿐이고, 포털에 접속해야만 제가 수백만 원어치 게임을 소유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플랫폼(Platform)입니다. 플랫폼이란 쉽게 말해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공간을 뜻합니다. 리프킨은 책에서 "네트워크는 시장을 대체하고, 소유는 접속으로 바뀐다"고 말했는데, 정확히 이 지점을 예측한 겁니다. 제가 실제로 써보니 플랫폼을 관리하는 기업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권력자더군요. 테슬라, 애플, 구글,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플랫폼에 접속하는 순간, 그들은 막대한 이윤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출처: 매일경제 ). 리프킨은 이를 두고 "접속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인간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저는 이 문...

생각의 비밀 독후감 (환경설계, 습관형성, 실패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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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김승호 회장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또 하나의 성공학 책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제가 놓치고 있던 핵심이 있었습니다. 바로 '환경'이었습니다. 생각의 비밀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생각을 지속시키는 환경의 중요성과 좋은 습관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아무리 굳은 다짐을 해도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의 비밀 환경설계: 생각을 지속시키는 시스템 저자는 "내 생각을 끊임없이 자극할 만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무엇이든지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추상적으로 들렸지만, 제가 직접 적용해보니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환경설계(environmental design)란 개인의 의지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물리적·심리적 환경을 구조화하여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2년 동안 매일 2시간씩 글 쓰고 책 읽기를 목표로 세웠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환경을 바꾸니 달라졌습니다. 책상 위에 다른 물건을 모두 치우고 책과 노트만 두었고, 스마트폰은 다른 방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선택의 여지를 줄이니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의지력(willpower)이 아니라 환경의 힘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환경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물리적 환경: 작업 공간에서 방해 요소 제거하기 시간적 환경: 특정 시간대를 루틴으로 고정하기 관계적 환경: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기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출처: 미국심리학회 ) 인간의 의지력은 제한된 자원이며, 환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의지력보다 훨씬 크다고 합니다. 저자의 주장은 단순한 자기계발론이 아니라 심리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론이었습니다. 습관형성: 성공의 오래된 결...

음악의 뇌과학 (청각 처리, 리듬 본능, 문화적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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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청각은 한 옥타브 안에서 350개의 서로 다른 음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서양 음악이 사용하는 12개 음계와 비교하면 거의 30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저는 20대 시절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곡 프로그램을 공부하던 중 이 책을 접했는데, 솔직히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는 음악이 사실은 인간 청각 능력의 극히 일부만 활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으니까요. 음악 본능 청각 처리: 피타고라스 시대부터 밝혀진 음의 비밀 음악 이론서들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배음(倍音, overtone)입니다. 배음이란 기본음과 함께 울리는 배수 관계의 진동수를 가진 음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하나의 음을 낼 때 함께 발생하는 여러 겹의 소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놀라운 건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가 이미 이 배음의 진동수 관계를 수학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장비도 없던 시절에 말이죠. 제2배음은 기본음 진동수의 3배이고, 이를 옥타브 안으로 조정하면 기본음의 1.5배가 됩니다. 제5배음은 기본음의 5배인데, 같은 방식으로 조정하면 1.25배가 되죠. 이런 수학적 비율이 바로 우리가 '화음'이라고 느끼는 소리의 정체입니다. 저는 작곡 프로그램으로 처음 코드를 쌓아보면서 왜 특정 음 조합이 듣기 좋은지 궁금했는데, 결국 이 진동수 비율의 문제였던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문화권마다 이 350개의 음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서양 음악은 12개를 선택했지만, 인도 음악은 나머지 338개 중에서 음을 골라 쓰기 때문에 우리 귀에 독특하게 들립니다( 출처: 음악 인지에 관한 신경과학 연구 ). 제가 인도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그 이질감이 단순히 '가락의 차이'가 아니라 아예 다른 음 자체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니,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음악을 듣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리듬 본능: 모든 인간이 타고나는 음악적 능력 음악은 문...

당신이 우주다 서평 (의식, 물질주의, 참여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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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우주와 자신이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도서관 자기계발 코너를 지나다가 우연히 『당신이 우주다』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제목부터 뭔가 끌리더군요. 하지만 막상 펼쳐보니 예상과 달리 아주 빡빡한 과학 이론이 쏟아졌습니다. 이 책은 디팩 초프라와 미나스 카파토스가 공저한, 우주와 의식의 관계를 물리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입니다. 당신이 우주다 과학이 정말 객관적 진실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선했던 건 '인간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과학과는 거리가 먼 단어처럼 느껴지잖아요? 저자는 현대 물질주의(materialism)가 사실은 일종의 신념 체계라고 지적합니다. 물질주의란 모든 현상이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으로만 설명된다는 관점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물질이 전부다"라는 믿음이죠.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 이 물질주의적 세계관의 빈틈을 하나씩 파헤칩니다. 양자물리학 실험 결과들을 보면 관찰자가 개입하기 전까지 입자의 상태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저도 이공계 출신인데, 이런 내용을 따라가려면 꽤 집중해야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대중서 수준을 넘어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출처: 한국과학창의재단 ). 저는 최근 3년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상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인생 최저점을 지나면서 "이것도 지나가면 좋은 일이 된다"고 생각하며 버텼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저자가 제시하는 '참여우주(participatory universe)' 개념에 쉽게 설득당했습니다. 참여우주란 관찰자의 의식이 우주의 실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입니다. 뇌가 마음을 만드는가, 마음이 뇌를 만드는가? 책의 핵심 질문은 230페이지쯤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뇌는 마음을 만드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정반대의 답을 제시합니다. 마음이 뇌...

이기적으로 살기 (착한사람콤플렉스, 정신력관리,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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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부터 "조금 손해 보는 게 낫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 결과 주변 사람들에게 '사람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심지어 30대 초반엔 친구에게 "난 세상 모두의 비위를 맞춰줄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제 안에서 뭔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소진되던 제 정신력이 한계에 부딪혔고,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잘해줄 수 없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사랑받는 이기주의자 착한 사람 콤플렉스, 나도 모르게 빠져 있었다 착한 사람 콜플렉스(Good Person Complex)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과도하게 양보하는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욕심 없는 사람'이라는걸 강박적으로 증명하려는 거죠. 돌이켜보니 저도 회식 메뉴를 정할 때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람들이 제 생각보다 훨씬 관대합니다. 제가 "저는 매운 게 좋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대부분 흔쾌히 받아들이더군요. 오히려 제 의견을 숨기고 '착한 척'하는 게 상대방을 더 불편하게 만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배려한다고 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제 진심을 알 수 없어 답답했을 겁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제 욕구를 인정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 다른 사람도 날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저는 요즘 작은 것부터 연습합니다. 커피 주문할 때 "아무거나요"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세요"라고 명확히 말하는 식으로요. 정신력 관리, 내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정신력(Mental Energy)이란 의사결정, 감정 조절, 대인관계 등에 소모되는 심리적 자원을 의미합니다. 하루 중 남의 눈치를 보고 감정을 억누르는 데 정신력...

파피용 소설 후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성경 차용, 과학적 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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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친했던 형이 "이거 정말 재밌다"며 건넨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었습니다. 그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기만 했는데,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맨 처음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솔직히 2광년이라는 거리를 날아가는 우주선 이야기라는 설정 자체가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군요.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왜 한국에서 이렇게 유명할까 본국인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가 있다면, 단연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라고 하는데, 의외로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툴루즈 제1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을 공부한 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과학 잡지에 개미에 대한 평론을 발표하다가 드디어 그 유명한 소설 '개미'를 세상에 내놓았고, 순식간에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개미'가 아니라 '파피용'이었는데, 읽고 나서 "아,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한국인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데, 한국 팬들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성경 요소를 차용한 2광년 우주 여행 이야기 파피용의 줄거리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항공우주국 엔지니어 '이브'는 세계적인 요트 선수이자 미모로 유명한 '엘리자베트'를 차로 들이받는 끔찍한 사고를 저지릅니다. 운전면허를 영구 박탈당한 것은 물론, 씻을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전쟁, 기근, 자연재해, 환경오염으로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지구 대신, 2광년 떨...

단속사회 (공론화, 표현의 용기, 경청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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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단속사회'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남의 말을 잘 듣고, 경청하는 사람이 되면 관계도 좋아지고 사회도 나아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제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듣기만 하면 충분한가? 내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진짜 소통이 가능한가? 저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조차 요일과 시간, 장소를 규제받는 일상 속에서 이 책이 말하는 '단속'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단속사회란 무엇인가 단속사회(斷續社會)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타인을 감시하고 스스로를 검열하는 '단속(取締)'의 의미이고, 둘째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 자체의 연속성이 끊어진 '단속(斷續)'의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감시하면서도 정작 서로 이어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제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조차 무슨 쓰레기를 어느 요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규칙을 강요받습니다. 이런 지엽적인 규제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역사적으로 개인주의, 자유주의, 법치주의 등의 사상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동시에 국가나 권력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분리하고 통제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 결과적으로 현대인들은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이슈로 전환하는 능력이 약해졌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 이야기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사회와 개인이 단절되면서 서로에게서 배우고 발전하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경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깨달음 저는 오랫동안 경청이야말로 좋은 관계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믿어...

게으른 완벽주의자 (미루기 심리, 자기자비,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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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30대 시절 몇 년을 방안에만 틀어박혀 지낸 적이 있습니다. 게임과 영화로 하루를 채우면서도 머릿속에는 거창한 계획들이 가득했죠. 마음속 욕심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허우적거리던 그 시간이, 지금 돌아보면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심리학 용어로 정확히 설명됩니다. 미루기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심리와 그로 인한 불안을 회피하려는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였습니다. 미루기의 심리적 메커니즘 심리학에서 미루기(Procrastination)란 해야 할 과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행동을 뜻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동기 부족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루는 사람에게도 분명 동기는 존재하지만, 마감일이 코앞에 다가와야 비로소 그 동기가 강하게 작동합니다. 연구에서는 이를 '과도한 미래가치 폄하(Temporal Discounting)'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미래의 보상보다 지금 당장의 편안함을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던 것처럼, 미루는 사람은 적은 양의 일을 지금 하기보다 더 많이 일하더라도 나중으로 미루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과업을 시작할 때 느끼는 불확실성, 무기력함, 짜증 같은 부정적 감정과 직결됩니다. 미국심리학회(APA) 연구에 따르면(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만성적 미루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루기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심리적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완벽주의자일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완벽한 결과만을 예상하다 보니 시작 자체가 두렵고, 그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즉각적인 쾌락 행동으로 도피합니다. 저 역시 티비 보기나 잠자기 같은 단순한 쾌락으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대체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결국 미루기란 미래의 나에게 불친절한 현재의 선택이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자기자비와 감정 조절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