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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에세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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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열심히'라는 단어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니까요. 그런데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그냥 현재형으로 '나는 지금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 할머니는 대체 누구일까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사노 요코는 일본의 그림동화 작가입니다. 그녀가 쓴 책 중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만 해도 열 권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결코 게으른 삶을 산 사람은 아닙니다. <백만 번 산 고양이>, <내 친구 모모> 같은 동화책부터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같은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까지 다양한 작품을 냈고, 연애도 여러 번, 결혼도 두 번, 이혼도 두 번 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주는 통쾌함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느리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얘기들을 자세히도 적어놓았더군요. 자신의 과거 일상, 이불 속에서 보낸 시간, 한류 드라마에 빠져 지낸 병원 생활까지.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런 내용 자체가 '열심히 살지 않는 생활'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요. 성공이나 성취가 아닌, 그냥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사는 모습. 거창한 목표나 계획 없이 커튼을 발가락으로 젖히고, 이불 속에 파고들어 시간을 보내는 일상. 그게 바로 열심히 하지 않는 삶의 모습이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