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으로 살기 (착한사람콤플렉스, 정신력관리, 인간관계)

저는 어릴 적부터 "조금 손해 보는 게 낫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 결과 주변 사람들에게 '사람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심지어 30대 초반엔 친구에게 "난 세상 모두의 비위를 맞춰줄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제 안에서 뭔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소진되던 제 정신력이 한계에 부딪혔고,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잘해줄 수 없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사랑받는 이기주의자


착한 사람 콤플렉스, 나도 모르게 빠져 있었다

착한 사람 콜플렉스(Good Person Complex)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과도하게 양보하는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욕심 없는 사람'이라는걸 강박적으로 증명하려는 거죠. 돌이켜보니 저도 회식 메뉴를 정할 때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람들이 제 생각보다 훨씬 관대합니다. 제가 "저는 매운 게 좋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대부분 흔쾌히 받아들이더군요. 오히려 제 의견을 숨기고 '착한 척'하는 게 상대방을 더 불편하게 만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배려한다고 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제 진심을 알 수 없어 답답했을 겁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제 욕구를 인정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 다른 사람도 날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저는 요즘 작은 것부터 연습합니다. 커피 주문할 때 "아무거나요"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세요"라고 명확히 말하는 식으로요.

정신력 관리, 내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정신력(Mental Energy)이란 의사결정, 감정 조절, 대인관계 등에 소모되는 심리적 자원을 의미합니다. 하루 중 남의 눈치를 보고 감정을 억누르는 데 정신력을 다 쓰면,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할 에너지가 남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정말 실감납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한때 직장에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퇴근 후엔 너무 지쳐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한테까지 무뚝뚝해지더군요. 정작 제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쓸 에너지가 바닥난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아 고갈(Ego Depletion)' 현상이라고 부릅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아 정신력을 덜 씁니다. 여기서 자존감(Self-Esteem)과 자존심(Pride)의 차이를 명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존감은 내 감정의 결정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고, 자존심은 내 감정의 결정권이 '남'에게 있는 겁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저 사람 참 피곤하게 구네. 근데 일일이 상대하면 나까지 피곤해지니까 적당히 넘어가자"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1. 정신력을 회복할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 저는 주말 아침 산책으로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냅니다
  2. 모든 사람에게 잘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 내 정신력은 한정되어 있으니 진짜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3. 남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누군가 저를 싫어해도 "그럴 수 있지"라고 넘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사랑받는 이기주의자가 되는 법

사랑받는 이기주의자란 자신의 욕구에 솔직하면서도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서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 건강한 이기심은 필수입니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남을 돌볼 여력도 생기지 않으니까요.

제가 한동안 연습했던 게 '웃으면서 거절하기'입니다. 처음엔 정말 어색하고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제 거절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더군요. 오히려 "괜찮아, 다음에 또 기회 있겠지"라며 쿨하게 넘어갔습니다. 제가 거절하면 관계가 끊어질 거라고 지레 겁먹었던 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살면 나와 맞는 사람은 더 가까워지고, 맞지 않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멀어집니다. 이게 바로 '소수정예'만 남는 과정입니다. 처음엔 외로울 수 있지만, 결국 진짜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들만 곁에 남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겪으면서 진정한 친구가 누군지 알게 됐습니다.

인간관계의 이용가치,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진실

인간관계에서 '이용가치'라는 말이 차갑게 들릴 수 있지만, 이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모든 관계는 기본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위에 성립됩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깝지 않고, 친구라고 해서 영원하지 않습니다. 관계에는 유효기간이 있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면 양쪽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기꺼이 저를 공격하던 사람, 자신의 심적 평온을 위해 저를 험담하던 사람, 단 10원의 손해도 참지 못하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던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처음엔 배신감이 컸지만, 나중엔 '아, 저 사람에게 난 이용가치가 없구나'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 비즈니스 관계라면 업무 능력, 친구 관계라면 정서적 지지, 연인 관계라면 사랑과 배려 같은 것들이죠. 이게 명확하면 관계에서 소홀해지지 않고, 상처받을 일도 줄어듭니다.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냉정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건강한 관계를 만듭니다.

특히 연애에서 "이제 사귀니까 내 맘대로 해도 이해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합니다. 사랑도 변합니다. 외모든 행동이든 분위기든, 사랑에 빠졌던 이유가 사라지면 마음도 식습니다. 그래서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평생 잘해야 합니다. 관계는 한 번 맺으면 끝이 아니라 계속 가꿔가야 하는 정원 같은 겁니다.

저는 이제 의도적인 차가움을 연기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제가 그리 따뜻한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면 실망하거나 욕할 거란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 역할을 합니다. 처음엔 제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니까 내적 갈등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잠깐의 아픔을 견뎌내면, 불편한 사람이 주던 불쾌함은 한동안 또는 영원히 사라집니다. 그 한 걸음을 옮기지 못해서 생기는 에너지 누수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결국 저는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진짜 공짜는 없다는 걸요. 어떤 관계는 유효기간이 있지만, 평생 가는 관계를 위해서는 평생 노력해야 합니다. 게으르게 관계를 방치하면 어느새 식어버린 사이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제 자신을 크게 반성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쉽게 생각했던 관계들이 떠올랐거든요.

지금 제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정말 소중합니다. 제가 조금 이기적으로 굴어도, 가끔 투정 부려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니까요. 이제는 그 사람들에게 제 정신력을 아껴서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다 정작 소중한 사람들을 소홀히 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고요. 여러분도 올 한 해 마무리하면서 진짜 내 사람이 누구인지, 내 에너지를 어디에 쓸 건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참고: https://brunch.co.kr/@1000y4rang/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