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함의 힘 (진짜 자신감, 통제감, 감정 대응)
저는 4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솔직히 제가 강한 사람인지, 약한 사람인지도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스티브 매그니스가 쓴 '강인함의 힘(Do Hard Things)'을 읽으면서, 제가 30대에 겪었던 어두운 시기가 왜 필요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악착같이 버티는 것'이 진짜 강인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일깨워줍니다.
| 강인함의 힘 |
가짜 강인함에서 벗어나기: 진짜 자신감의 출발점
제 20대 초반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기억들이 많습니다. 저는 허세로 가득 찬 사람이었고, 조금의 권위의식까지 섞인 '강인한 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후배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완벽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이런 태도가 강인함이라고 착각했던 거죠.
매그니스는 이런 태도를 '가짜 강인함(false toughness)'이라고 정의합니다(출처: Steve Magness). 가짜 강인함이란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도 겉으로는 강한 척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버티는 태도를 말합니다. 저는 이 개념을 읽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걸 인정해야 했으니까요.
진짜 자신감(authentic confidence)은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제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저는 30대 초중반에 아무 할 일이 없던 시기를 보내면서, 매일 1시간씩 동네를 걸으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제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진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 허세를 벗고 현실을 직면하라 - 나의 실제 역량과 한계를 인정하는 것
-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 번아웃, 피로, 불안 같은 신호를 무시하지 말 것
- 바로 반응하지 말고 대응하라 -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공간을 만들어 대처하는 것
- 난관은 더 큰 나를 만날 기회다 - 실패와 고난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
저는 이 원칙들이 단순한 자기계발서의 조언이 아니라, 실제로 제 삶에서 검증된 진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통제감이 희망을 만든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공감한 부분은 '통제감(sense of control)'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통제감이란 내가 내 삶과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느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상사의 하향식 일처리와 마이크로 매니징(micromanaging)에 시달렸던 적이 있습니다. 마이크로 매니징이란 관리자가 부하 직원의 세세한 업무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관리 방식을 말합니다. 사사건건 간섭받고, 보고를 강요당하다 보니 제 역량 이상의 일을 요구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극심한 불안과 무기력에 빠졌습니다.
매그니스는 통제감의 상실이 번아웃(burnout)과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번아웃이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도로 지친 상태를 의미합니다. 저는 이 설명을 읽으면서 제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계속 휘둘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에서는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이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큰 프로젝트가 막막하게 느껴질 때, 제가 확실히 할 수 있는 작은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이메일 한 통 보내기, 자료 하나 정리하기 같은 것들이죠.
신기한 건,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실제로 뇌에서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면서 동기가 생긴다는 겁니다. 도파민이란 보상과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분비됩니다. 이런 작은 통제감의 축적이 결국 큰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걸 제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반응이 아닌 대응: 감정 앞에 공간 만들기
제가 40대 전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이유는, 감정에 '반응(reaction)'하지 않고 '대응(response)'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반응은 자극에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충동적 행동이고, 대응은 상황을 한 박자 쉬고 생각한 후 선택하는 행동입니다.
매그니스는 이를 위해 '공간 만들기(creating space)'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 바로 화를 내는 대신 심호흡을 하거나, 속으로 숫자를 세거나, 잠시 눈을 감는 것입니다. 이 몇 초의 공간이 우리 뇌의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을 활성화시킨다고 합니다. 전전두피질이란 이성적 판단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앞쪽 영역을 말합니다.
저는 최근 한 달 동안 제가 짜증을 내는 순간들을 기록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놀라운 건,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짜증이 올라올 때 "지금 나에게 짜증이라는 감정이 찾아오고 있구나"라고 속으로 말하면, 신기하게도 감정의 강도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접근법을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라고 합니다. 인지적 재평가란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꿔서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심리학적 기법입니다. 저는 이 기법을 통해 제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유명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에 특정한 루틴(routine)을 반복하는 이유도 바로 이 통제감 때문입니다. 루틴이란 일정한 절차나 순서를 따르는 행동 패턴을 뜻합니다. 선수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통해 불안을 조절하고 경기에 집중합니다. 저도 아침마다 간단한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고, 5분 스트레칭하고, 오늘의 목표 세 가지를 적는 것입니다. 이 작은 루틴이 제게 하루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저는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걸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반드시 1등이 아니어도, 반드시 큰 성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진짜 강인함입니다. '강인함의 힘'은 단순히 버티는 법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알고 감정을 다스리며 작은 것부터 통제해나가는 법을 알려준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제 번아웃의 원인을 명확히 이해했고,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 참고: https://blog.naver.com/fm53/223440621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