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돈 (재테크 마인드, 자산 사이클, FOMO)

솔직히 주변에서 "너 그거 운 좋았던 거잖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웃었습니다. 맞습니다, 운도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운을 붙잡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드를 넣은 건 저였습니다. 비겁한 돈이라는 책은 바로 그 지점, 즉 남들 눈에 쉬워 보이는 돈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꽤 솔직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비겁한 돈


재테크 마인드: 돈에 솔직해지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제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분수에 맞게 살아라",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냐"는 말을 꽤 들었습니다. 그 말이 불편했던 이유는, 저 역시 한편으로 돈을 밝히는 것이 왠지 부끄러운 일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고고한 척이 사실은 재테크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벽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재테크 마인드(財테크 mind)란 단순히 투자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돈을 대하는 본인의 태도와 심리를 먼저 정비하는 일입니다. 저자는 돈에 대해 고고한 척 연기를 그만두고, 노동 소득만으로 삶 전체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다른 재테크 서적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책이 "지금 당장 이 투자를 하라"고 외칠 때, 이 책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라고 권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불리려는 욕구는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과정이 남들 눈에 조금 비겁해 보일지라도, 사법적·도덕적으로 떳떳하다면 충분히 정당한 돈입니다. 저는 그런 비아냥이라면 얼마든지 받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만큼의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즉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는 결단을 실제로 했으니까요.

자산 사이클: 쉬면서 시장을 읽는 역설

이 책의 핵심 주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는 하락기 끝자락의 자산을 상승 초입에 사서 대세 상승기 정점 부근에서 팔아라. 단순해 보이지만 실행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미 모두가 열광할 때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자산 사이클(asset cycle)이란 자산 가격이 상승 초입, 대세 상승, 하락, 침체의 순서를 반복하는 흐름을 뜻합니다. 이 사이클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떤 자산이든 예외 없이 작동합니다. 주식, 부동산, 금, 달러, 채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하루고 한 달이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흥망성쇠가 숨 쉬듯 반복되는 것이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 관찰 기간이 투자 판단력을 가장 빠르게 키워주는 방법이었습니다.

저자는 타인의 환호성이 절정에 달할 때, 즉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특정 자산 관련 책이 쏟아질 때가 바로 고점 신호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2021년 하반기 코인과 부동산 관련 서적이 서점을 도배하던 시기를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부동산 사이클별 투자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부동산 시작기: 갭투자 —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만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
  2. 부동산 상승기 및 정체기: 청약투자 —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신규 아파트에 당첨되는 전략
  3. 부동산 하락기: 경매투자 — 법원 경매를 통해 시세 이하로 부동산을 낙찰받는 방법
  4. 부동산 침체기: 부동산 교육 및 디벨로퍼 — 직접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역량을 축적하는 시기

이 구분이 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라"는 말과 달리, 사이클의 각 국면마다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짚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택 가격 동향 자료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 지금 어느 사이클에 있는지 가늠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또 한 가지, 쉬면서 투자를 생각하라는 조언도 흘려듣기 아깝습니다. 투자대상에서 잠시 물러나야 객관화(objectification)가 가능합니다. 객관화란 본인이 보유한 자산을 마치 남의 자산처럼 냉정하게 바라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미 진입한 사람은 해당 자산의 단점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 제주도 토지 가격을 검색하게 되는 것처럼, 쉬는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시장을 생각하는 습관이 쌓이면 결국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FOMO 경계: 성공 이후가 더 위험합니다

투자에서 한 번 수익을 내고 나면 오히려 더 위험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저도 처음 부동산으로 작은 수익을 냈을 때 "이제 좀 알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이 다음 판단을 흐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 수익은 실력이 아니라 타이밍과 운이었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란 다른 사람들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공포심에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드는 심리를 뜻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 FOMO가 투자에 독이 스며드는 가장 빠른 경로라고 설명합니다.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 즉 남들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실감이 냉정한 판단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서 돈을 벌었다면 그 상당 부분은 운과 사이클 덕분이지, 개인의 분석 능력으로 시장을 이긴 결과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다음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성공 이후의 마인드로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수익이 내 실력이 아님을 인정하고, 절대로 돈을 잃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돈으로 더 공부하며 성장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사실 대단한 철학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익을 낸 직후 들뜬 상태에서는 이 단순한 원칙조차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투자자 보호 자료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손실 원인 1위로 과신과 충동 매수를 꼽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이 원칙으로 귀결됩니다. 시드머니(seed money), 즉 투자의 씨앗이 되는 초기 자본을 꾸준히 키우면서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화려한 한방을 노리기보다 사이클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인내가 결국 비겁한 돈을 만들어냅니다.

이 책은 두껍지 않고 읽기 편합니다. 그러나 가볍게 읽고 덮기에는 아까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재테크 마인드를 먼저 정비하고, 자산 사이클을 이해한 뒤, FOMO를 경계하는 세 가지 흐름은 어느 투자서에서도 동시에 이렇게 연결해서 설명한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투자를 막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기술보다 마인드를 먼저 세팅하는 용도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독서 감상을 공유한 것이며, 특정 투자 자산에 대한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m.blog.naver.com/micorazonn/222826026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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