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랑은 다른 세계 얘기”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 한 권이 그 선을 조금 흐릿하게 만들었습니다. 음악과 성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겹치는 순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 그 배경
책을 고를 때 저는 특별한 기준이 없는 편입니다. 그냥 서가를 천천히 걷다가 제목이 눈에 걸리면 뽑아보는 식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성공의 음악들’이라는 제목이 딱 눈에 들어왔습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데다 요즘 부쩍 “어떻게 하면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 터라, 제목 하나로 바로 대출 결정을 내렸습니다.
책의 부제는 ‘방탄소년단에서 모차르트까지’입니다. 동서양과 고금을 아우르는 음악인들을 다루겠다는 선언인데, 처음에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오히려 얕게 훑고 지나가는 개론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책은 사례만 줄줄이 나열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읽어보니 각 사례마다 저자가 붙인 관점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어서 생각보다 읽힘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책의 구성은 총 25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대 기획사의 수장인 이수만과 방시혁이 H.O.T.와 방탄소년단(BTS)을 만들기 이전에 쌓아온 수많은 작곡 경력을 저자는 ‘수업료’라고 표현합니다. 모차르트 이야기를 통해 독학으로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자가 된 진창현이라는 인물의 여정을 함께 조명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성공학(成功學)이란 성공의 원리와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분야를 뜻합니다. 이 책은 그 틀 안에서 음악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곡을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제 경험이 겹쳐졌습니다. 저는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 직접 작곡을 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미디(MIDI)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MIDI란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의 약자로, 디지털 기기들 사이에서 음악 신호를 주고받는 규격입니다. 쉽게 말해 컴퓨터로 악기 소리를 만들고 편집하는 데 쓰이는 표준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작곡은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 감각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제가 직접 부딪혀보니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경험한 작곡의 학습 순서는 대략 이런 식이었습니다.
- 화성학(和聲學) 기초 이해 — 화음의 구성과 진행 원리를 배우는 단계로, 이것만 해도 수개월이 필요했습니다.
-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조작법 습득 — 실제로 소리를 배치하고 편집하는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히는 단계입니다.
- 음색(音色) 선택과 조합 — 수백 가지 가상 악기 소리 중에서 어울리는 것을 골라 배치하는 작업입니다.
- 믹싱(Mixing) — 각 트랙의 볼륨, 음역, 공간감을 조정해 전체 소리를 균형 있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 마스터링(Mastering) — 최종 음원이 어떤 기기에서 들려도 일정한 수준으로 들리도록 전체를 다듬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 다섯 단계를 보고 나서 저는 잠시 멍했습니다. 하나하나가 각각 독립적인 공부 영역이었습니다. 화성학이란 음악에서 화음의 구성 원리와 진행 방식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학문입니다. 기초라고 불리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어찌어찌 몇 마디를 만들어서 들어보면 도저히 귀에 담기지 않는 소리가 나왔고, 그 순간 좌절감은 꽤 묵직했습니다.
그렇게 보류하고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에 다 잡으려 하지 말고, 매일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쌓아가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요. 지금도 그 결심을 실행 중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음악 창작자 중 독학으로 음악을 시작한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시작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중간에 멈추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공의 공식, 광인의 태도로 적용하기
이 책이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음악에만 국한된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핑계일 뿐이고, 결국 삶 어디에서든 통용되는 원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성공 패턴을 추려보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수백 번의 실패가 쌓여 만들어진 성공, 수년간의 반복 훈련으로 내공이 쌓인 성공, 그리고 환경과 조롱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은 성공입니다. 이 패턴은 음악가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저는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방탄소년단만큼의 성공이 아니라도, 지역 일간지 귀퉁이에 실릴 만한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내기 위해 지금 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요. 그 질문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 저를 조금씩 움직이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성공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건 어딘가 집요한 태도였습니다.
레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실패나 역경 이후에 원래 상태로 회복하거나 오히려 더 강해지는 심리적 탄력성을 뜻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특성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과분한 성공의 결과로 파멸에 이르기도 했고, 장애를 안고도 무대에 선 가수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습니다. 성공의 반대말이 실패가 아니라 포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이 대목에서였습니다. 한국연구재단(NRF)에서 발표한 창의성 관련 연구에서도 장기적인 몰입과 반복 수련이 창의적 성취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좋은 의미에서 ‘광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제 일상을 누군가에게 설명했을 때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의 집요함이요. 아직 거기까지는 멀었지만, 조금 더 많은 시도를 하고 거기서 오는 작은 성공과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은 건 사실입니다. 25개 항목이 각각 너무 짧게 다루어져 있어서, 개별 음악인의 이야기를 더 깊게 파고들고 싶어지는 순간 이미 다음 장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성공학 개론, 음악편’ 같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읽는 내내 나 자신의 이야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이 좋고 뭔가를 이뤄내고 싶은 분이라면, 서가에서 마주치는 순간 한 번쯤 집어드셔도 후회는 없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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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sarak.yes24.com/blog/iseeman/review-view/11925914